성의학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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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2,448회 작성일 14-11-28 09:20본문
9. 여자의 일생
대부분의 여자들은 초등학교때 이미 사랑이 뭔지 어렴풋이나마 알았고 성(性)에 대한공상도 가끔씩 했다. 한번도 제대로 그런 것들을 배운 적은 없었지만 키 큰 몇몇 친구들이 얘기들을 해줘서알게 되었던 경우가 지금의 중 노년 여성들 대부분의 경험이다. 요즈음의 젊은이들과는 사뭇 다른 길을걸은 것이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도 했다.
‘우리는 삼남매니까 우리 아버지는 아무리 점잖았어도 세 번은 엄마와 같이 잔 거야.’
약간씩의 실망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절을 지나다가 어느 날 문득 어른스럽게 변해가는 자신의 몸매와 수줍어지는 마음씨 같은 것들에두려워도 하고 희망도 가져봤다.
그러다가 초경(初經)을 하고 매달 성숙하는 여성을 자신에게서 느끼면서 어느새 어른이 된 것이다. 이미부모나 선생님의 섹스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졌고, 주위의 그 멋진 남성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그랬다. 상대는 중학교영어 선생님이기도 했고 옆집 친구의 오빠이기도 했다. 별로 미남도 아니었는데 왠지 그렇게 좋아하다가아니 짝사랑하다가 어느덧 자신이 섹스의 주체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폐경을 맞은 나이 또래의 여성들은 유교사상인지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인지 때문에 삶에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백주(白晝)에 대로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도망하기에바빴고, 혹시 밤길에 성폭행을 당했어도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그늘에서 울어야만 했다. 늘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못하고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해가면서 살아온 인생이지만 그래도 연애, 결혼, 시집살이, 임신, 출산 같은 그 엄청난 경험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의젓한 어머니로서, 시어머니로서, 장모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사십, 오십, 그리고 또 육십을 바라보면서갑자기 불안하고 쓸쓸하고 덧없는 허무감에 빠진다.
‘내가 그 동안 뭘 했던가? 왜그렇게 고생을 했던가? 이렇게 살아 뭣해?’
전에는 귀찮을 정도로 보채던 남편마저 요즈음은 일주일 아니 이주일이 넘어도 소식이 없다. 과거엔남편이기에 하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눈 딱 감고 응하기도 여러 번이었건만 요사이는 그 때가 아쉽기까지 하다. 하긴나 자신도 남편과 사실은 피장파장이지만 그래도 인생의 아쉬움은 아쉬움이다.
아냐. 그러나 계속 이럴 수는 없어. 나는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어.
설령 변했다 해도 이렇게 죽을 때까지 간다면 그건 살아도 산 게 아냐.
그것은 용불용설(用不用說)에따라 안 하면 아주 잃어버리는 거라는데... 이제 나는 끝이 난 건가?’
아무도 없을 때 가만히 거울 앞에 서서 본다.
‘아직은 충분히 매력(魅力)이 있는 것도 같은데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건가?
얼굴에 생긴 잔주름 때문에? 축 처진 유방 때문에?
그건 남편의 애들을 낳아주고 젖 먹이느라 그랬지 내 책임이 아니잖아?
이것 때문에 남편이 나에게 매력을 못 느낀다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그런데 배에 이건 웬 삼겹살이지?
역시 아냐. 그럼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안변했으면 이상하지. 뭐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누가 뭐래?’
‘그렇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 있으면 멋있는 연애(戀愛)라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그냥 늙어 가기는 억울해. 그런데 몸은 아무래도 전 같지 않아. 예전에는 온 몸이 다 성감대(性感帶)였는데...
아무 데라도 그이의 촉감은 감전 당하는 느낌이었건만 이제는 남편이 쓰다듬어 주어도 별 느낌이 없으니...
어떤 때는 목소리만 듣고도 황홀하게 젖어 온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흥분을 일으키는데도아무 소식이 없으니 이젠 모두 말라 버린 건가? 하긴 눈도 건조(乾燥)해서 자주 따갑고 머리맡에 자리끼라도 놓아두어야 안심하고 잠이 들 정도로 입도 마르지 않았는가? 거기가 안 마르면 이상하지.’
이런 독백은 한두 번 되새겨 본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성은 끝나는 건가?
어디에 가서 제대로 물어 볼 곳도 없고 그 흔한 친구들마저 제대로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 금슬이 좋다는 남의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더 우울해 진다.
폐경 후에도 전처럼 모든 것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건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풍채가 더 근사해진 남편이 나에게 통 관심을 안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탓인가? 그이한테 젊은 애인이 생겼는가?’
의문(疑問)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렇게 계속 가면 죽음에 이르겠지. 결국 인생(人生)은 무얼 위해서 사는 걸까?
그렇게 안달하지 않았어도 되는 인생이었는데 괜히 이렇게 살았나?
안 그래도 될 일을 괜히 고생하고 고민한 건가?’
그러다가 거짓말 같이 갑자기 고민이 바뀐다.
‘오늘은 저녁상을 어떻게 차려야 하나?’
출처: 오비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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