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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학 성욕, 어쩔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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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3,749회 작성일 14-11-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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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욕, 어쩔수 없나?

충남의대 교수 김 종 철

 

스피드 시대에서 모든 것이 신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인간이 성적 존재라는 사실은 결코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성적 존재인 인간의 성욕이 식욕이나 수면욕보다 강렬하거나 긴급하여 누구에게서든지 한 번 느껴지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필자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병원에 입원하여 병실에서 첫날을 보내는 환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평소에그렇게 자랑하던 왕성한 식욕이라도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듯 떨어지고, 또 평소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어디서나 잠에 빠져 단잠을 즐길 수 있던 사람이라도 병실에서는 그 첫날밤을 뒤척이며 지새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 말이다. 여러분의 생각으로는, 입원 환자 치고 병원에서 나오는 환자용 음식을맛있게 먹은 후에 밤잠을 쿨쿨 달게 자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 같은가? 환자들이 병상에서 성욕, 명예욕, 재물욕[혹은물욕]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겠는가, 아니면 밥맛이뚝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때문에 질병 자체와 버금가는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겠는가? 의사나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볼 때, 환자가 병원에서 지내는 중에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잠을 설치지 않고 제대로숙면을 취하게 되면, 그 환자가 질병에서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병원에 찾아오거나 입원하는 환자들에게서 가장 급격하게 변하는 인간의 욕구는 식욕이나 수면욕이지 결코성욕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든지 확실하게 밝히고 싶다.

 

아직도 성욕이 ‘선 파워(sun power)’처럼 가장 강한‘통제 불능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믿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보시기 바란다. “여러분을 누군가가 납치하여 형무소 독방에 가두었다고 가정합시다. 일주일 동안 전혀 음식을 주지 않고 잠도 자지 못하게 하며 배우자와의 면회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시다. 그 후에 간수가 와서 감방 문을 열어 주면서 ‘너 먹을래, 잘래, 아니면 배우자와 동침(同寢)하길원해?’하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요?”라고 말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목마르고 허기지고한 숨도 못 자서 두 눈이 다 충혈되어 있는데도, 배우자를 가장 먼저 찾아 굶주린 성욕을 채우길 절실하게또 최우선적으로 원하겠는가?

 

의학적으로 볼 때, 인간에게 있어서 성 기능을 집행하는 기관은생식 기관이 아니라 편도체(amygdala) 등이 속한 변연계(limbicsystem)를 포함하는 두뇌이다. 생식 기관은 단지 뇌의 지배를 받을 뿐이다. 또 여기서 말하는 생식기관은 음경과 질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고환, 부고환, 정삭, 음낭, 전립선, 정낭, 정관과여성의 자궁, 난소, 난관,자궁 경부, 외음부까지를 다 포함한다. 엄밀하게따지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외부 생식기로서의 음경과 질보다는 내부 생식기가 훨씬 더 중요한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정서, 의지, 감관(監官), 상상 등은인간의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속한 것이 분명하지만, 한 인간이 자라오면서 듣고 보는 것을 통해 배우게 되는 학습 효과에 의해 성적 개념이나 반응 혹은 성 행동양식이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적 충동은 식욕이나 갈증처럼 해소를 요구하는 본능이지만, 성행동에 수반되는 흥분과 쾌락은 주로 학습된 결과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마음은 적절한 학습으로올바르게 프로그램 되어야 한다.

 

청소년 심리학의 아버지 격인 스탠리 홀(Stanley Hall)이백여 년 전에 ‘청소년기는 질풍노도(storm & stress)의 시대’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런지, 청소년에게 있어서 성()은엄청난 위험을 수반하는 지뢰와 같아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꽤나 많은 것 같다.그런 사람들은 마치 프로이드(Sigmund Freud)의 제자나 되는 것처럼 성욕이 인간의모든 욕구를 지배한다고 아우성이다. 프로이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인간의 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류일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성적 타락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는 근거가 되고 있어 큰 문제가되지 않을 수 없다. 식욕과 수면욕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자신의 성욕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고 또 당연히 다스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적인 면에서 “Now(당장 눈에 보이는 현재의성적 욕구만 충족), New(사이버 섹스 등을 비롯한 새로운 성행위 테크닉이나 변태적인 성적 행위만추구함), Network(인터넷을 통해 각양각색의 음란 사이트에 몰입),Neglect others(자기의 성욕 충족을 위해 남을 인격을 완전히 무시), Negative(배우자와함께 누리기 위해 봉사하는 긍정적 태도가 아니라 순전히 자기 욕구만 채우려는 이기적 부정적 사고방식과 태도),Narcissism(자기가 카사노바나 변강쇠라도 되는 듯 착각에 빠지는 자기 도취증),Narcotic(성적 환희를 증가시키기 위해 최면성 약제나 비아그라 혹은 마약까지 사용하다가 완전히 중독이 된 사람), Narrow(사랑과 생명의 성적 요소를 외면하고 오로지 자기 쾌락만 추구하는 좁디좁은 세계에 몰입), Nervous(자아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상대방이 성적 도구나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면 막 신경질을 부리는소심한 치한), Numb(도덕이나 영적 양심이 완전히 마비된 동물적 수준으로 전락)”의 “N 세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의과대학의 강단을 지키고 있는 의학자요 병원에서 직접 비뇨생식기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는임상 의사인 본인의 직접 경험에 의하면, 우리 주위에 인터넷 중독만이 아니라 비뚤어진 성에 중독된 사람들이너무 너무 많아 보통 염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성이란 이성간의 육체적인 접촉만이 아니라 부부간의총체적인 삶 속에서 심신이 하나가 되어야 마음껏 기쁨과 만족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랑의 묘약(妙藥)”인데도, 이러한 평범한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디라고할 것 없이 도처에 널브러져 있어서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성이란 열정적인 ‘에로스’만이 아니고, 검은 머리 파뿌리되도록 생사고락을 같이하고자 하는 헌신과 희생의 ‘아가페’, 친밀감과 겸손으로 무장된 참된 우정의 ‘필레오’가삼국 통일의 조화를 이루어야 최고의 맛과 멋을 낼 수 있는 값진 예술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이야말로 “ Hearty(애정이 깃든, 친절한), Home(가정 중시), Honest (정직한), Heaven(천국을 사모하는), Humble (겸손한),Humorous (유머가 넘치는), Harmonious (조화를이루는), Hospitality (환대, 후대), Holy (덕 높고 신성한)”의 H-세대” 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발정기에만 성 충동을 느끼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성욕은시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성적 자유를 아무에게나 향하게 되면 방종이 되어버려 큰 위해(危害)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숙한 사람이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스스로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 아니겠는가? 배고프다고 가게 창문을 깨뜨리고 빵을 훔쳐먹다가는 장발장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인데도, 유독 성에 대해서만큼은 허용적인 동시에 억압적인 이중적 잣대를 적용시킨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배고파도 남의 것 빼앗아 먹지 않고 잠이 쏟아져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밤새워공부하면서도, 왜 성욕은 절제, 자제, 조절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식욕, 수면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욕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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